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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4기 완치되었어요 (정춘식 박사님, 그리고 한솔식구들께 드리는 감사의 글 )

2009-04-16 hit.4,589

정춘식 박사님, 그리고 한솔식구들께 드리는 감사의 글 
내용 언제나 환자분들을 위해 촌분을 아끼지 않고 애쓰시는
이동근 원장님을 포함한 간호사님들과 한솔 임직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한솔병원 사이트를 처음 찾았습니다.

그리고 정춘식 박사님,
'암'이란 사망조기예약에서 저희 부친을 구해주셔서 정말 무슨 말로 감사의뜻을 표해야 할는지요!!

저희 아버지(이시찬, 현재 72세이십니다)는 지난 5년 간 대장암 환자로서 한솔을 마지막 밧줄로 생각하고 살아오셨던 분이십니다.
어느 가족에게나 그렇듯이 질병은 그 가족들을 절망과 고난과 고통으로 몰게 마련이지요.
저희 집도 그랬습니다.

아버지의 발병이 있기 10여년 전, 어머니가 먼저 저 위 나라로 가신 까닭도 급작스레 찾아온 암때문이었죠.
인류에게 치유의 빌미는 커녕 극복조차 허용않고 있는 무소불위의 존재인 '암'!
그래서 엄마의 사망 후 10여년 만에 가족들을 다시 위협한 암은 우리 가족 전체의 덫이었습니다.
엄마의 죽음 과정 5개월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창자가 끊기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절감했기에
부친의 병과 더불어 머지않아 다가올 참담한 아픔이 너무나 두려웠었지요.

당시 심경을 요셉병원에서 나오던 월간지로 발행수익금을 소외받은 환우들을 위해 사용하는 '착한 이웃'이란 책자에 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문서정보를 보니 2004년 10월 16일 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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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病과 사랑과>

“숙아, 내 너한테 신세 좀 져야 하겠다.”
전날 마신 술 탓에 시체 모드로 출근준비를 어기적거리던 3주 전 아침 아버지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단박에 술을 깨게 만들었다.
두서없이 이 얘기 저 얘기를 쏟아내는 아버지의 말에서 팩트를 이내 감 잡은 건 한 이십년 언론계밥을 먹어오며 체득한 동물적 직감이었다.

그냥 대장근종이라카더라, 그냥 서울 큰 병원가서 함 더 진찰해볼라꼬. 걱정 안해도 된다카더라...
‘카더라‘로 맘을 놓기에는 미심쩍던 두려움이었다. 직감은 다음날 현실로 이어졌다.
꼭 10년 전 엄마의 병 진단이 사망선고로 이어지던 그때로 필름이 마구마구 리와인드될 것만 같은 두려움.
두려움은 딸-아들-딸-아들로 구성된 우리 4남매의 일상을 헝클어 놓았다.

전화를 받은 바로 그 날 ‘동료애’가 투철한 의학담당 후배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제일 대장을 잘 다루는 명의가 어느 분인지,
어느 병원인지 알아보고 즉시 특진 예약을 하고 한가하게 주말께나 올라오겠다는 아버지를 당장 상경하시게 해
곧장 입원실로 밀어넣다시피 일정을 서둘렀다. 그만큼 자식들 맘이 다급했다고 할까.

특진에서 주치의가 내린 진단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대장암이었고 이어 입원과 동시에 5일에 걸친 정밀검사, 검사들.
검사기간 동안 병의 깊이를 알기도 전에 10년 전의 공포와 지독한 슬픔을 떠올리며 가족들은 두려움에 지쳤고
환자 자신은 검사하는 내내 내 앞에 다가올지 모를 ‘죽음’을 마음에 담으며 지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사자는 정신과 육체가 함께 버거워해야 했으니 고통이 오죽했으랴.

아버지의 앞에선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암은 발병이 3명에 한 명꼴인, 감기보다 흔한 병‘이므로 겁먹을 필요 없다고,
엄마가 죽던 10년 전 보다 의술이 말도 못하게 발달했다고 아버지를 위로했지만 얼마나 아버지의 마음을 달래주었는지는 모르겠다.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자식인 내 맘도 내가 잡지 못한 상태에서 수술실로 들어가던 아버지...
그의 작아진 어깨를 보고 언제 저렇게 힘 빠진 노인이 되어버렸던가 싶어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정확한 수술명은 우측대장절제수술이고 한솔병원 대장팀이 수술실적과 기술 전부 다 세계 제일이라고 자부하는 의료진에게
우리 가족의 불안을 몽땅 떠넘기고 기도했던-기다림.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다섯 시간의 수술 끝에 회복실로 온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와 자식이란 것,
사랑이란 것, 삶이란 것에 대한 뜨거움이 목에 가득 차올랐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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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후 5년의 세월 동안 아버지는 또 한 차례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삼결살에 소주 한잔이 그리 달디달다던 아버지, 고추장양념 짙게 바른 바닷장어구이며 10월 전어회,
신새벽 마산 어시장에서 고등어 회까지 즐기시던 아버지는
평생을 애인보다 사랑한 것 같았던 술과 담배를 끊고
암과의 전쟁을 벌였습니다.

병원에서 권한 바대로 한 치의 어김이 없던 식이요법과 운동,
이제 와 생각하니 무엇보다 중요했던 한솔병원 담당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님들의 이끌음...
병에 반가운 차도는 없어도 말기암 환자의 병증이 진행하지 않는 것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지내던 어느날.

3개월 마다 하던 정기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보인다고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던 정춘식 박사님의 전화를 받았지요.
부친은 다시 4년 만에 배를 열었습니다. 수술실로 들어 가기 전 정 박사님께서 하신 말씀은
"....암세포가 대장을 벗어나 복막으로 퍼지는 수가 있는 데 이런 경우는 전체 환자 중 0.5%(수치라 정확히 기억 안나지만) 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안 좋은 징후인 만큼 그럴 리는 아마 없을 것이다"였습니다.

그 안 좋은 예후에 저희 부친이 포함됐을 줄이야. 청천벽력같았던 그 일이 작년 이맘 때, 2007년 11월 일입니다.
병이 이미 복막에 좁쌀처럼 좌악 퍼진 상태였지요.
당연히 열었던 배는 그 상태로 다시 덮을 수 밖에 없었으며 아버지에겐 거짓말을 에둘렀습니다.
"쬐금, 아주 쬐금 나빠졌으니 병언 지시대로만 항암치료 들어가심 된다"고...

그리고 일년... 정춘식 박사님의 지시대로 항암치료를 시작했지요.
재입원한 기간 동안 주사항암치료, 그리고 마산 집에서 서울로 오가시며 약으로 항암치료에 들어갔구요.

여느 때처럼 잡지 마감 중에 아버지가 병원으로 가시게 되어 이번 참엔 올케가 아버지 수발을 들게 됐던 지난 10월 초.
마감 송고에 정신이 없는 데 올케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형님, 기적이 일어 났어요. 아버지 암이 완치 되셨대요!!"

그렇습니다. 그 어떤 말도 필요 없었습니다.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살아오며 들었던 어떤 미사여구보다 환희 그 자체였던 문자였습니다.

그날 뜨거웠던 가슴, 우리 형제를 감사의 눈물로 적시게 한 정춘식 박사님,
그리고 한솔병원 식구들!

정말,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2008년 11월 27일 이0찬 환자의 큰 딸 이0숙 올림
(잡지 만드는 일이 너무 바빠 이제야 올리게 됐습니다.
참 저 역시도 어제(26일) 입원해 직장에 생긴 폴립 하나 한솔병원서 떼고 퇴원하자마자 쓰는 글이랍니다) 

 

정성을 다하는 한솔병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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